2024년

 

[김태일의 대자보]

● 대학도 학원처럼 수요 맞춰 최적화 필요

● 학령인구 줄지만, 고등교육 수요 늘어

● 실무·연구 투 트랙 대학 발전 이끌어야

● 예산 투입보다 규제 혁파가 지방대학 살릴 방안

● 대학이라는 작은 사회로 지방혁신 실험도 가능

대학에 불합격한 학생은 ‘재수’에 임한다. 조금이라도 좋은 대학을 가려는 심산이다. 최근에는 상황이 역전됐다. 이제는 학생의 선택을 받지 못한 대학들이 재수에 나서고 있다. 종로학원 집계에 따르면 대입 정시모집 마감 결과 전국 4년제 대학 중 약 31%가 미달 위기에 놓였다. 2월 22일부터 정시 추가모집에도 인원을 채우지 못하면 정원을 채우지 못하게 된다.

학생들이 더는 이상 대학 진학의 꿈을 꾸지 않는다. 대학이 이제 윤택한 삶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십 년 전에는 대학 졸업장이 취업을 책임졌다. 입시와 재학 기간 내 돈과 시간을 들여 졸업장을 따내면 당장 돈 벌고 경력 쌓는 것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젠 대학 졸업장만으로는 더 나은 삶은커녕 취업도 어렵다.

취업이 보장된 학과에만 사람이 몰린다. 의대가 대표적이다. 서울대에 합격하고도 지방 의대로 진학하는 학생이 많다. 지난해 12월 29일 종로학원 집계에 따르면 수시모집에서 서울대에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학생의 비율은 10.5%로 2022년(9.4%)에 비해 다소 늘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서울대가 자연계열을 중심으로 미등록 인원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건 다른 대학 의대로 빠져나가는 최상위권 인원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방대학의 상황은 더 절박하다. 학령인구도 줄어드는데, 대학 서열화 문화는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 좋은 대학이 아니라면 굳이 갈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더 커지고 있다. 지원금이라도 받기 위해 정원을 채워야 하지만 그마저 어렵다. 대학 홍보물에는 ‘취업률 1위’라든지, ‘글로벌 인재’ 같은 슬로건이 전면 배치되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는 허울뿐인 구호다.

지금이라도 대학이 변해야 한다. 대학이 제공하는 상품이 뚜렷한 교육 사업이 돼야 한다. 정부 지원금에 의존적 구조가 아니라, 자체 사업 모델로 투자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목적에 따라 대학 체질 바꿔야

대학은 문 닫을 위기에 처했지만 고등교육 수요는 어느 때보다 늘고 있다. 유튜브 등의 뉴미디어 매체에서는 대학 강의에 준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경제·역사·인문학 강의는 물론 의학·양자역학·뇌과학 등 전문 과학 분야 콘텐츠도 수십만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관심이 한 편의 영상 시청에 그치지 않는 사례도 많다. 아예 강의를 찾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인지 관심사에 대해 자유롭게 강의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클래스101’이나, 실제 대학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는 ‘KOCW’ 같은 플랫폼의 사용자도 크게 늘고 있다. 아예 커리어 전환을 바라고 대학원 진학을 검토하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원하는 분야엔 학위 과정이 없거나 제대로 된 교육을 하는 곳이 적기 때문이다. 원하는 걸 배우는 데 내는 돈을 아끼지 않는 시대가 왔지만, ‘제대로’ 배울 곳을 찾긴 어려운 실정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는 기회다. 대학이 이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가르쳐줄 수 있다면 충분히 자생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의 목적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작금 대학에 가장 필요한 덕목은 ‘최적화(Optimization)’다. 실무 중심의 교육 기능을 갖춘 대학과, 연구 중심의 대학이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교육 중심의 대학은 실무 위주의 교육을 담당한다. 당장 현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내용 위주로 가르쳐 인력 공백을 메운다. 이를 위해서는 교수진을 바꿔야 한다. 관련 학위를 가진 학자보다 현업에 종사하는 베테랑을 채용해야 한다. 현장 중심의 현직자 특강이 인기를 끄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최전선의 현직자가 신입 사원을 교육하듯 한 학기 동안 짜임새 있게 수업을 진행한다고 생각해 보자. 기업에서도 졸업자를 교육 비용 부담 없이 채용할 수 있게 된다.

연구 중심 대학은 연구를 중심으로 학제를 운영한다. 연구진과 연구 성과를 홍보 전면에 내세워서 학부 과정부터 연속성 있게 원하는 연구자 진로에 진입할 수 있어야 한다. 학부가 아니라 대학원까지 생각하고 입학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다듬어야 한다. 연구진을 꿈꾸는 학생들이 입학하는 만큼 최전선에 있는 연구진의 강의가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


지방 발전의 시작은 대학 혁신부터

대학 구조가 바뀌면 사설 학원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유능한 교수진과 교직원부터 시설과 브랜드까지, 모든 면에서 학원을 압도한다. 다만 지식의 상아탑이라는 이름과 관련 규제에 묶여 있었을 뿐이다. 편견과 규제가 사라진다면 스타 교수 영입, 필수 재학 기간 단축, 자율 커리큘럼, 해외 대학 연계 수강, 공동 학위 수여 등 다양한 발상이 가능하다. 네트워크 기반 ‘멤버십’ 서비스 강화로 이른바 ‘잘 밀어주는 학교’가 된다든지, 아예 ‘저렴한 등록금’을 내세울 수도 있다.

이러한 구상에 교육 서비스의 수요자인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것도 대학의 강점이다. 대학은 특이하게 소비자인 학생이 공급자인 학교를 위해 일한다. 그만큼 학교에 대한 애정이 커서다. 실제로 학생이 만든 슬로건이나 학교 마크, 캐릭터 등을 사용하는 학교가 종종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학생의 눈에서 바라본 학교 발전 방안도 수집하자. 다만 학생이란 이유로 ‘열정페이’는 금물이다. 반드시 제값을 치러야 한다. 학교 발전 방안 수립이 학생의 경력이 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좋다.

이 과정에서 ‘학생회’도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학생회는 그동안 이념과 정치 구호에 경도돼 있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인식이 달라졌다. 지금은 학교와 학생 사이를 잇는 가교 구실을 하고 있다. 대학 개혁에 학생들도 적극 참여한다면 학생회의 역량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학생회와는 반대로 학생의 이익을 위해 도리어 정치권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지방대학의 역량이 커진다면 수도권 과밀화 해결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 대학 주변에 상권이 생기고, 창업 중심 대학이 생겨 스타트업 단지가 생긴다면 지역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교육 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혁신 논의의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미 대학은 변화에 나섰다. ‘글로컬대학’ 사업 등은 가치가 분명한 시도다. 한 대학은 ‘우주항공·방산 분야’를 선도해 인력을 유치하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5개 단과대 폐지, 인근 2개 대학과 통합 후 서울대와 학제 교류하겠다는 혁신안을 내세운 곳도 있다. 계기가 없었다면 구상도 집행도 불가능했을 내용이다.

한편에선 ‘비상 대학’ 간 연계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청사진과 이상을 논하기엔, 의지가 있더라도 당장의 사정이 급급한 대학도 있기 때문이다. 교수 충원이 어려운 학교의 학생에게 인근 학교 강의 수강을 연계해 주고 비용을 분담하는 등의 방안을 구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서로 권한과 역량을 공유한다면,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한 구성원의 권익 침해와 사회적비용을 덜어낼 수 있다.

대학을 ‘작은 사회’라고도 한다. 교수, 교직원은 물론 학생까지 다양한 세대와 분야가 한데 어우러져 있어서 이 같은 별명이 붙었다고 생각한다. 작은 사회인 대학을 제대로 개혁해 낸다면 한국 사회를 둘러싼 세대 갈등, 지역 균형 성장 등 다양한 문제 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민주화운동동지회(회장 함운경)와 바른언론시민행동(공동대표 오정근 김형철) 신전대협(공동의장 김건 이범석)이 오는 31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반칙과 특권의 청산’ 위한 운동권 정치 세력의 역사적 평가> 토론회를 엽니다.

이 토론회는 1988년 이후 30여년 한국 정치 사회 영역에서 가장 큰 이익 집단을 이루면서 특권화, 기득권화한 운동권 정치 세력의 변질과 타락을 지적하고 그 대안도 함께 모색하는 자리입니다.

운동권 정치 세력은 민주화 투쟁의 선봉에 섰다는 세대적 동질감을 앞세워 우리 사회의 산업화 과정에서 노정된 문제들을 파고 들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한때는 대안으로 주목받기도 했으나 30여년이 지난 오늘날 그들의 반칙과 특권의 청산이 시대의 화두가 될만큼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가 진행을 맡은 토론회에서는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장이 ‘운동권 정계 진출과 특권 세력화의 역사’라는 제목의 첫 발제를 통해 운동권의 정치권 진출 과정, ‘정치 경제 이익 카르텔’을 이룬 특권 세력화와 그 결과, 이들을 청산해야 될 이유 등에 대해 설파합니다. 함 회장은 1985년 삼민투 위원장으로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을 주도한 바 있으며 현재는 군산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발제 ‘운동권 정치 세력의 반칙과 타락’은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이 맡았습니다. 김 소장은 이 발제에서 운동권의 타락 변질 부패 거짓 반칙 특권은 집요하게 질타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운동권의 시대착오적 철학과 가치를 청산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경제 민생 미래의 파괴를 막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김 소장은 1987 컨센서스(사회적 합의)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의 비전과 도약의 방략을 품은 2024 컨센서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세 번째는 김영수 영남대 정치학과 교수가 ‘좌파 세대의 진화:서구 68세대와 한국 86 세대, 어떻게 다른가?’라는 제목으로 서구 68세대와 한국 86세대를 비교합니다. 그에 따르면 서구 68세대는 철저한 자기 반성과 성찰을 거쳐 역사적 목적을 위한 폭력이 오히려 비극을 초래한다는 역설을 자각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긍정함과 동시에 정치의 확장을 통해 생활 속의 권위를 타파했습니다.

반면 한국의 86세대는 성찰과 변화의 부재로 골깊게 부패했으며 권위주의, 위선, 거짓말과 포퓰리즘, 금권과 부패, 북한 맹목증과 안보 불감증 등 온갖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비교했습니다.

토론자로는 김건 신전대협 공동의장, 김동규 공화주의아카데미 대표,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배승희 변호사(유튜버),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철 정치학 박사(전 고려대 총학생회장) 등 세대를 아우르는 전문가들이 참여합니다.

 

●안철수 영입 인재로 정계 입문

●국민의힘 탈당 권은희 자리 이어받아

●“쇳가루 마시며 일하던 차에 뜻밖 소식”

●“부끄럽지 않은 120일 보낼 것”

“1주일 전쯤 (의원직을 승계하게 되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의원직에 대한 기대 없이, 정치를 그만할까 생각도 하고 있었던 때라 뜻밖이었다.”

29일 김근태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신동아’와의 통화에서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탈당 및 의원직 사퇴를 선언함에 따라 의원직을 승계하게 된 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권 전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임시회기를 마지막으로 21대 국회가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저의 21대 국회 고군분투 의정활동도 마무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권 전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당시 국민의당 비례대표 순번 3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에 따라 당시 4번 순번이던 김 부대변인이 권 전 의원의 자리를 이어받게 됐다. 김 부대변인은 연세대 공과대학 졸업 후 2019년 서울대 재료공학부 대학원 재학 시절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 집회’를 주도했다.

2020년부터 학생단체 신(新)전대협(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에서 서울대 지부장을 맡아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같은 해 3월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에 의해 영입돼 21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비례대표 4번을 받았다. 국민의당이 6.79%의 당 득표율을 기록, 3번까지만 당선되며 국회 입성엔 실패했다. 2022년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합당 이후 지난해 4월부터 상근부대변인을 맡고 있다.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을 모두 겪은 청년 정치인이다.

지난해 7월부턴 SNS 활동을 멈추는 등 공식적 정치 활동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부대변인은 “정치가 힘들어서라기보다는 나중에 정치를 하더라도 어디 가서 당당하게, 내가 밥벌이도 잘하는, 그 나름 성공한 이력을 갖고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정치 외적으로도 뛰어난 사람임을 인정받길 원했다”며 “부친이 조그마한 공장을 운영하는데, 일을 도우며 생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한창 쇳가루 마시면서 일하고 있던 차에 갑작스럽게 (의원직 승계)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 부대변인의 의원 임기는 21대 국회가 마무리되는 5월 말까지다. 권 전 의원이 소속됐던 교육위원회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김 부대변인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교육위원회로 가게 될 것 같지만 반드시 전 의원의 상임위원회로 갈 필요는 없다고 들었다. 국회에 들어가면 한번 살펴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기가 많이 남지 않은 만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승계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주기로 했다. 2월 1일 열리는 본회의부터 의원으로서 참석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안철수 의원에게 인사차 전화했더니 ‘잘 됐습니다’라며 반가워하더라”고 덧붙였다.

의정 계획에 대해선 “보좌진을 꾸리는 등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다. 우선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정리하는 등 체계를 갖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당당하되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되 비굴하지 않게 120일을 보내고 싶다. 부끄럽지 않은 의정활동을 하겠다고 약속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전대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고발에 이어 고발보충의견서 제출

신전대협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데 이어 고발보충의견서를 제출했다.

29일 오전 11시경 신전대협 측은 “지난 19일,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 북한의 김정일, 김일성 주석의 노력들이 폄훼되지 않도록, 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 이라고 발언했다”며 “이에 신전대협은 해당 발언이 국가보안법 제7조를 위배했다 판단하였고,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에 이재명 대표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전했다.

이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된 의혹들, ‘북한은 생존을 위해 핵무기를 개발했다’ ‘한미일 훈련은 극단적 친일 행위’ 등의 수많은 북한 옹호 발언들을 고려하면 해당 발언은 결코 우발적인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님, 변명이라도 하시라. 왜 이토록 중대한 사안에 대해 지금까지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규탄했다.

최근 당 회의에서 ‘우리 북한’이라는 표현과 함께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대학생 단체인 신(新)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전대협)는 이날 오전 9시 서울중앙지검에 이 대표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신전대협은 이 대표가 지난 19일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발언한 ‘우리 북한’ 등 발언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전대협은 고발장에 “이 대표의 당시 주장은 북한이 민족 관계까지 부정하며 대한민국을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대북정책인 강 대 강 대치가 더욱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며 “안보 위기 상황의 책임 주체를 대한민국으로 돌리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특히 한국전쟁을 주도한 김일성이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주장은 국제 사회에서 오로지 북한만이 주장하는 ‘북침설’을 선전 혹은 동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 대표는 대한민국의 존립,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단체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정권의 만행을 평화적 노력이라 규정하고, 북한의 대남 인식을 선전 및 동조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적대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선대들, 우리 북한의 김정일, 또 김일성 주석의 노력들이 폄훼되지 않도록, 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선 “옆집에서 돌멩이를 던진다고 더 큰 돌을 던져서 더 큰 상처를 낸다 한들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의 대북관이 드러난 대목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김일성·김정일이 어떤 노력을 했다는 거냐”며”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건 국가의 당연한 임무”라고 지적했다. 김예령 대변인도 “이 대표의 대북관, 안보관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6·25전쟁을 일으킨 김일성과 핵무기 위협의 발판을 마련한 김정일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여한 게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서해수호 55용사 전사자 유족회’도 지난 20일 참전 장병들과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김정일과 김정은의 도발로 가족과 전우를 잃은 서해수호 55용사 전사자 유족회와 참전 장병들은 물론 김일성이 일으킨 6·25전쟁으로 희생된 수많은 호국 영령의 유족, 장병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망언”이라며 “민주당은 서해수호 55용사를 비롯한 호국 영령들에 대한 공식 입장과 현 사태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 설명하라”고 촉구했다.

[김태일의 대자보]

● 정치 현수막으로 불거진 규제 만능론

● 국가 주도 모델로 성장했으나

● 나라는 ‘감시’하지 말고 ‘감사’하라

‘낚시 못 하는 낚시 공원’이 있다. 한 곳도 아니다. 전북 군산, 경남 거제 등 보도된 곳만 두 곳이다. 세금 수십억 원이 들었다는데, 운영자를 찾지 못해 방치되고 있다. 공공사업 사례를 살피다 보면 이 같은 일을 종종 볼 수 있다. 나랏일이라는 핑계로 헛돈을 쓴 사실이 알려질 때마다 댓글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힌다. “실효도 없는 사업에 이렇게 큰돈을 쓴다고?” “나랏일이 그렇지 뭐.” 그만큼 나랏일은 국민의 신뢰와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은 정부가 나서길 바란다. 정부의 관심이 문제 해결의 척도가 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일까. 도로변에서 심심찮게 예산 관련 현수막을 볼 수 있다. 예산을 유치했다면 축하하는 내용이고, 반대로 예산이 줄었다면 이에 반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선거철에는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해진다. 정치인들은 예산 확대를 주요 성과로 내세우고, 예산이 삭감됐다면 이를 두고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도 한다. 정부를 못 믿으면서도 정부의 관심을 갈구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

최근에는 현수막이 문제가 됐다. 정당 현수막이 길거리에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 개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023년 11월 1일 ‘옥외 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별명은 ‘정당 현수막 난립 방지법’이다. 정당 현수막 개수를 읍·면·동별로 2개씩만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이 생긴 이유는 정당이 현수막을 우후죽순 내건 데 있다. 수량 제한이 없는 데다가 문구도 규제하지 않아 ‘공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법 통과로 수량 제한이 생겼으나 문구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과연 현수막 문구까지 규제해야 할까.

 

생기면 지우기 힘든 규제라는 함정

일단 규제가 무엇인지부터 자세히 살펴보자. 규제의 정의를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규칙이나 규정에 따라 정한 한도를 넘지 못하게 막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 설명만 보면 규제는 금지의 정도를 정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의 규제는 다르다. ‘금지 사항’을 제시하지 않는다. ‘가능한 것’만 명시하면 그 외 사항은 금지되는 구조다. 예를 들어, 대학의 학생과 등록금을 정해준다. 도서관 등 시설 개수와 규격, 직원 수도 정해져 있다. 정해준 지침을 따르고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정해진 선이 있으니 더 잘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규제는 앞장서서 뛰려는 이도 주저앉게 만든다. 불합리해 보이는 조항들을 없애려 하면 무질서한 후폭풍이 우려된다며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이어진다. 현수막도 마찬가지다. 내용 규제가 생기면 천편일률적 내용만 현수막에 오르내리게 된다. 누군가는 재치 있다고 생각한 문구도 영영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규제 그 자체에 드는 비용도 문제다. 하나의 규제가 생기면, 설계·도입·집행·홍보·관리·분석·감사·감시·조정·개선·유지·보수·기회비용 등의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이 뒤따르게 된다. 그로 인한 갈등 양상의 사례 모음집이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렇다고 규제를 없애는 것도 쉽지 않다. 이미 생긴 규제에는 ‘수혜자’가 있기 때문이다. 규제 혁파에 나서게 되면 수혜자들의 반발이 뒤따르는 건 당연지사다. 아예 안 주는 것보다 줬다 뺏는 게 더 원망을 사는 일 아니겠나. 결국 수혜자가 더 확대되는 방향으로 수정되는 것이 이른바 ‘규제의 관성’이다.

사실 규제 등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 실생활에 빗대 생각해 보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는 경우 일의 완성도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인테리어, 결혼식 등 관련 업체 리뷰를 보면 ‘내 맘에 쏙 드는’이란 문구가 종종 보인다. 그만큼 자신이 생각한 대로 일을 처리해 주는 업체가 드물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관련 인터넷카페에 들어가 보면 인테리어 업체나 웨딩업체의 일 처리를 문제 삼는 글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국가 서비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나라가 다 해준다’던 공산주의 국가만 봐도 알 수 있다. 국가가 배급을 해준다지만 공산주의 국가의 국민들은 암시장을 항상 달고 산다. 국가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암시장을 이용하면 처벌을 받는 경우도 많지만 이를 각오하고 암시장을 만들고 이용하고 있다. 그렇게 ‘공공만능주의’의 모순은 공산·사회주의 체제 붕괴의 본질적 원인이 됐다.

개혁 시작에 국민이 있어야

정부가 아니라 민간업체에 맡기자는 의견도 있다. 책임의 주체를 정부에서 민간으로 돌리는 일도 능사는 아니다. 2023년 11월 17일 ‘정부24’를 포함한 각종 디지털 행정망 장애로 논란이 이어졌다. 이의 핵심 원인으로 ‘소프트웨어진흥법’이 지목되기도 했다. 공공 SW 사업의 대기업 참여가 배제돼 역량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이라고 완벽했을까. 11월 27일 서울 소방재난본부의 전산망이 마비되는 사건이 있었다. 해당 전산망을 운영하던 회사는 대기업인 KT였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자사 보안팀에 토스 시스템을 해킹해 보라고 주문한다. 해킹을 해봐야 보안의 미비점을 찾을 수 있다는 발상이다. 다른 회사에 맡길 바에 본인들이 직접 해결 역량을 키우려는 노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비바리퍼블리카의 예처럼 직접 문제를 관리하는 편이 가장 좋다. ‘누구에게 일을 맡길까’하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무리 답답하고 시급해도 이것이 국가에 떠넘길 책무인지 매 순간 숙고하는 편이 좋다. ‘내 일’을 해결할 효율적 방법이,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돌이켜보자.

규제 만능론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기저에 있다. ‘큰 정부’는 해결사지만, ‘작은 정부’는 비겁하게 사회문제를 외면한다는 것. 그러나 비대한 권력이 우리 삶에 사사건건 과다하게 개입하는 일은 위험하다. 국가가 모든 것을 통제하려 드는 셈이 된다. 우리는 과거, 이 같은 사회를 ‘독재’라는 이름으로 겪은 적이 있다.

결국 사회에서 벌어진 문제는 국민들이 직접 자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 대한민국은 지난 수십 년간 ‘국가 주도 모델’로 폭발적 성장을 이뤄낸 나라다. 그러나 이젠 세상이 다각도로 급변하고 있다. 국가 조직만으로는 그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 국가는 지금까지 정부를 믿고 동행해 준 국민에게, ‘감시’가 아닌, ‘감사’를 돌려줄 때다.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개혁이고, 출발점이다.

김태일 국가교육위원회 위원·前 신전대협 의장